자녀 지원은 계획적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다 50대 초반에 은퇴한 박씨(55세). 그의 가장 큰 걱정은 갓 대학을 졸업한 28살 큰 아들이다. 학자금 대출이 2천만 원이나 있는데다가 여전히 구직중이기 때문이다. 취직을 하더라도 걱정이다. 장가를 보내려면 전세금이라도 좀 보태줘야 할텐데… 박씨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깊어간다.

박씨의 사례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지난해 실시한 ‘5060 은퇴자 설문조사’의 결과를 재구성한 것이다. 분석 결과, 50대 초반~60대 후반 은퇴자들 가운데 50대 후반(55세~59세) 은퇴자들의 자녀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자녀들이 갓 학업을 마친 시기라 자녀 부양 비율도 높고, 곧 결혼해야 하는 자녀를 지원하고자 하는 부담도 컸다. 구체적으로 10명 중 7명은 성인자녀(학업을 마친 미혼·성년)를 부양하고 있었고, 자녀에게 학업·결혼·주택마련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금액이 약 2억 4천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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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녀, “같이 살아도 부담, 독립시킬 때도 부담”

요즘 부모들은 과거보다 자녀 부양 부담이 크다.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시기가 늦어지면서 청년들이 부모의 집에서 독립하는 시기도 함께 늦어지는 추세다. 학업이나 직장을 이유로 1인 가구로 독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 전까지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부모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집이 여전히 많다. 설문조사 결과, 50대 후반 은퇴자 중 70.6%가 학업을 마친 성인자녀를 부양하고 있었고, 성인자녀와 함께 사는 은퇴자 중 29.8%는 자녀에게 용돈까지 쥐어주고 있었다.

가까운 일본 사례를 보면 일부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부모의 집에 눌러앉기도 한다. 가족경제학 전문가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혼자들은 “결혼을 해도 삶의 질이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부모의 집에 계속 얹혀살기로 결심”한다.

자녀를 독립시킬 때도 문제다. 자신의 노후는 뒷전으로 한 채 퇴직금으로 자녀의 결혼자금, 주택마련자금을 지원하는 부모들이 많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부모들이 향후 자녀에게 지원하고자 하는 결혼자금은 평균 5천 9백만원, 주택마련자금은 1억 4천 5백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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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지원은 “계획적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은퇴설계에서 일반적인 노후준비란 ‘은퇴 이후 부부가 쓸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유가 된다면 성인 자녀를 지원하더라도 은퇴 후 쓸 노후자금이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설문조사에서 나왔듯이, 많은 은퇴자들이 여유가 부족한 상황인데도 자녀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자금을 일찍 소진하여 자녀의 미래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 지원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렇게 설정한 계획을 자녀와 사전에 충분하게 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 졸업까지는 학비와 용돈을 지원해주겠지만, 이후에는 네가 성인으로 경제적 독립을 하길 바란다”고 미리 주지시키는 것이다. 자녀 지원에 대한 금액을 미리 명확히 설정해두고 은퇴설계시 이 금액을 별도로 마련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성인이 되었지만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살고자 하는 자녀에게는 가사노동과 생활비를 분담하게 하는 식으로 명확한 역할 정의를 해줄 필요가 있다.

<50대 후반 은퇴자 자녀부양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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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정나라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