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산 인출 4% Rule을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1481608705386_news

‘모은 자산 바닥나지 않으려면 얼마씩 써야 하나요?’

20여년 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재무관리사로 일하던 윌리엄 벤젠(William P. Bengen)은 막 은퇴한 고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노후자산 인출방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계산법이나 방법론이 없었다. 모아놓은 금융자산을 활용해 노후를 보내겠다는 은퇴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통용되던 금융자산 인출방법이라고는 보유자산의 운용수익만큼만 쓰자는 게 고작이었다. 예를 들어 예금 금리가 연 5% 수준이었다고 하자. 이 때 1억원의 운용수익인 500만원만 인출하자는 식이었다.

벤젠은 몇 안 되지만 은퇴한 고객의 요청을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실제 금융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한 끝에 1994년 ‘4% 법칙(4% rule)’을 내놓았다. 4% 법칙은 은퇴 첫해 노후자산의 4%를 인출액으로 삼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노후자산을 30년 이상 유지 가능하다는 분석이었다. 이후 4% 법칙은 일반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고 지금까지 널리 활용되는 은퇴자산 관리 법칙이 되었다. 당시 벤젠은 청년시절 NASA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다가 우여곡절을 겪고, 40대가 되어서야 사업에 뛰어든 늦깎이 재무관리사였다. 그는 지난 2013년 66세로 은퇴하기까지 미국 내에서 저명한 재무관리자로 활약했다.

‘쉽고 간단한 게 장점’인 4% 법칙

우리나라에서도 노후자산 인출방법을 소개할 때 4%법칙을 빼놓지 않는다. 4%법칙은 쉽고 간단하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나 연금상품을 제외하고 노후자산의 4%를 인출하고, 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에 맞춰 증액하면 된다. 예를 들어 노후자산으로 3억원이 있다고 하자. 4% 법칙에 따르면 첫해 3억원의 4%인 1,200만원(월 100만원)을 쓴다. 다음해에는 전년 인출금인 1,200만원에다 물가변동률을 가감해 인출한다. 지난 2001년부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평균 2.8%이었다. 이것을 활용하면 1,234만원을 인출한다는 식이다. 4% 법칙은 개인 재무상황에 대한 분석절차 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개괄적으로나마 당장 인출액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1481072226353_

4% 법칙, 노후자산 투자가 기본이다.

그런데 4% 법칙과 함께 적절한 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노후자산이 금방 바닥날 수 있다. 다른 중요한 건 제치고 인출률 4%만 가져다 쓰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나중에 노후자산이 모자라게 된 것을 깨달았을 때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을 수가 있다.

4% 법칙은 투자를 실행하여 30년 이상 노후자산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가진 전략이다. 운용수익률이 물가인상률을 간신히 웃도는 금리 수준이라면 25~28년 사이에 노후자산을 다 쓰게 된다. 우리나라 60세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하는 시점은 평균적으로 30년 정도다. 노후자산을 예금에 두면서 4% 인출률만 활용하다가는 부부 두 사람 중 한 명은 손에 쥔 돈 없이 생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벤젠은 4%법칙을 고안할 때 미국 주식과 국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인출률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최악의 경우 33년 만에 노후자산이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대부분의 경우 노후자산 소진시점은 50년을 넘겼다. 그는 1926년부터 연도별로 인출을 시작할 때 노후자산이 소진되기 까지 기간을 분석했다. 따라서 1929년 대공황부터 1973년 석유파동에 따른 주식시장 폭락도 반영된 결과였다. 반면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경우 노후자산의 소진시점이 30년 이내로 단축됐다. 벤젠은 “투자 비중이 너무 높을 때보다 지나치게 낮을 때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분석했다.1481072245695_shutterstock_528380623

만능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4% 법칙

4%법칙은 20여년 간 활용되면서 중도에 여러 도전을 받았다. 예를 들어 투자시장의 호시절에는 인출률이 낮다고, 그 반대일 때에는 너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4%를 법칙을 고안한 벤젠도 나중에 주식과 채권 이외에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등에도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면 인출률을 4%보다 더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개인들의 투자성향에 따라, 노후기간에 따라 4%법칙이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4%라는 일정률 대신 개인별로 3~5.5% 사이에서 인출률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법칙은 여전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칭송받는다. 상당수 사람들이 4%를 처음 인출률로 삼아도 그리 크게 어긋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4%라는 숫자는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칙은 노후준비 수준에 관한 판단의 지름길을 만들어 주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4%법칙이 20년 넘게 널리 활용되어 온 장수 비결이다. 지금 당장 모아놓은 노후자산으로 얼마를 쓸지 알고 싶다면 4%법칙을 활용해보자.


글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