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예측은 언제나 불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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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금융회사가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DLS와 같은 상품은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활용해 설계하기 때문에 사실 일반 투자자들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영국·미국·독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최초 약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연 3.0~4.0%의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DLS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회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기능 등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온다. 여기서는 이런 시스템적인 비판보다는 가능성(또는 확률)의 관점에서 이번 DLS 사건을 통해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에서 큰 손실 예상

DLS와 같은 유형의 상품은 확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얼마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혹은 오르지 않으면) 돈을 벌고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을 본다. 물론 최대한 원금을 보장하는 형태로 설계된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모든 예측은 완벽할 수 없고 불완전하다. 세상의 어떤 예측도 미래의 모든 일을 포섭할 수 없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예측의 불완전성은 치명타를 입히기도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때때로,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이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출현한다. 블랙스완이란 예측 불가능하고 발생 빈도도 극히 희박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사건을 말한다. 금융시장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장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은 확률적으로는 거의 발생하기 어려운 희귀한 사건들이었다. 대부분 검은 백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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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던 19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이다. 1987년 10월 19일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23%나 급락했다.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시기인 1929년 대공황 때도 이런 폭락은 없었다. 과거 미국 증시의 일일 변동성을 놓고 볼 때, 하루 만에 이 정도 급락한다는 것은 100~200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라고 한다. 확률적으로는 희박한,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당시 시장 급락의 원인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보험’이라는 금융공학적 혁신이었다. 포트폴리오 보험은 주식시장에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경우, 비싼 쪽을 팔고 싼 쪽을 매입하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포트폴리오 보험에 초기에 투자한 이들이 돈을 벌자 시장 참여자가 급격히 늘었다. 문제는 시장 급락 상황에서 발생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다 보니 양쪽이 모두 계속 하락하자 손실이 주체할 수 없이 커졌던 것이다.

블랙스완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라고 해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재들의 실패’라고 불리는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파산은 인간의 예측이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펀드는 살로먼 브라더스의 전설적인 채권맨 존 메리웨더와 블랙-숄즈 모델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과 마이런 숄즈가 파트너로 참여해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운용 초기 높은 수익을 거두자 전 세계 부자들과 금융회사들이 돈을 싸 들고 와서 펀드에 제발 가입시켜 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다량의 러시아 국채에 투자하고 있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는 큰 위기에 직면한다. 정교한 수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엄청난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차이에 투자해왔던 이 헤지펀드는 단 한 번의 쇼크로 생명을 다했다. 당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천재들은 자신들의 투자가 실패할 확률을 수천조 분의 1로 계산했다. 이 정도 확률은 인간의 뇌로서는 계산뿐만 아니라 추측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천운이 있어도 당첨되기 어렵다는 로또의 당첨 확률 814만5060분의 1은 오히려 소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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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블랙 먼데이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검은 백조가 출현했을 때, 당신의 자산이 인간의 예측력과 정교한 수학 능력-설사 그들이 천재거나 노벨상 수상자라 하더라도-그리고 과도한 레버리지가 만나는 곳에 놓여 있다면,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도 정교한 수학적 계산에 바탕을 둔 파생상품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인 중 하나였다. 어떤 비평가의 말처럼 이런 상품은 “우리가 만들어 낸 악마”일지도 모른다.

예측이나 시나리오에 기반해 만들어진 상품에 투자하거나 검은 백조가 출현하는 상황에 대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먼저 예측값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나(우리)의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극히 빈도수가 낮더라도 실제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내 투자 원금은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간의 두뇌가 가늠할 수 있는 확률의 범위 밖에서 파국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복잡한 수치와 똑똑한 분석 그리고 알고리즘은 모두 과거의 것이지 미래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어떤 천재라도 금융시장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계산은 불가능하다. 수학적 계산은 과거와 현재의 것만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수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상황, 일반적인 시기에는 눈에 보이는 수치로 분석한 데이터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고요한 균형상태가 아니다. 설사 균형상태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밑에는 엄청난 화산이 잠복돼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악마”

예측력을 높이는 길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는 ‘모르고 투자했다’고 해서 그를 동정할지언정 금전적 보상은 해주지 않는다. 온전히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모르면 투자하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은 참고 자료로만 써야 한다.

금융시장에는 언제든지 검은 백조가 출현할 수 있다. 평생 백조는 흰색 밖에 없다고 믿었던 이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흑조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한 마리의 흑조가 존재하더라도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금융시장은 단 한 번의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내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날릴 수 있는 곳이다. 한 마리 밖에 없더라도 그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출처 : 이코노미스트/미래에셋은퇴연구소

* 기고 : 이상건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