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여! 고령자를 포용하라!

지난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렸습니다. 세계 경제 전망과 디지털 경제 등 세계 경제의 주요 과제를 놓고 논의가 펼쳐졌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띈 주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고령화와 금융’인데요, 고령화라는 주제가 G20 경제수장 회의의 정식 테마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고령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G20 회의가 세계 최고령국인 일본에서 열린 것이 선정 배경이 된 것 같습니다. UN에 따르면 2050년 세계 60세 이상의 인구는 20억 명이 넘고, 특히 개도국에서도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회의에서 G20 경제수장들은 ‘고령화와 금융’과 관련한 일종의 지침과 같은 ‘선언문’을 내놓았습니다.

‘고령화와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을 위한 우선 정책과제(Policy Priority)’가 그것입니다. ‘G20 후쿠오카 폴리시 프라이어리티’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선언문은 이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공식 추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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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 항으로 구성된 ‘G20 후쿠오카 폴리시 프라이어리티’의 핵심 키워드는 ‘고령자를 위한 금융 포용’입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디지털화로 고령자와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G20이 머리를 맞대자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여기서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연 설명하면 ‘금융 포용’은 고령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도 정상적인 금융서비스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저축, 지급결제, 신용,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게 해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포용적 금융’이라 하기도 하고, ‘금융 포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G20 후쿠오카 폴리시 프라이어리티’ 선언문은 고령화 대응을 위한 정책당국, 금융기관, 관련업계의 ‘행동 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와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을 위한 우선 과제’는 다음과 같은 8 개항입니다.

1. 데이터와 에비던스(근거)를 적극 활용하라.

2. 디지털 지식과 금융 지식을 강화하라.

3. 생애 파이낸셜 플랜을 서포트하라.

4. 고령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라.

5.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라.

6. 경제 학대로부터 고령자를 보호하라.

7. 취약 계층을 먼저 포용하라.

8. 금융과 비금융이 연계하라.

언뜻 보면 평이한 내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고령화와 관련해 주요국들이 어떤 공통의 고민과 과제를 갖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항목별로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고령자의 특성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와 적용 사례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심도 있는 데이터와 풍부한 실증 사례가 있으면 고령자에 초점을 맞춘 효과적인 포용적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특히 연령별 데이터(연령별 건강상태, 소득수준 등)의 확보가 강조됐는데, 이 데이터는 연령별로, 동일 연령 내의 건강 상태별, 소득 수준별로 금융서비스의 소외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고령자 중에서도 배우자와 사별한 여성, 농촌지역 고령자, 고령의 자영업자 등 동일한 성격의 그룹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의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 디지털 기술과 금융 지식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무래도 고령층은 젊은 층에 비해 금융지식이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표1 참조) 더구나 최근처럼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기술 습득 격차 때문에 고령자가 경제적 혜택에서 배제되기 십상입니다.

금융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최근 온라인, 소셜 미디어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단위로 구성된 금융교육 네트워크가 전국 규모로 구축되어 시민들이 노후 경제적 준비를 지원하는 모범사례도 소개됐습니다. 금융 환경이 디지털,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고령자들의 디지털 기술 교육 강화의 중요성도 지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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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생애 재정 계획을 서포트하라’입니다.

길어진 노후에 재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금융상품을 적극 개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100세 시대로 불리는 장수사회는 자산의 수명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노후 생활자금이나 간병비 등 충분한 재정적 준비(저축, 보험, 공적 민간 연금) 없이 노후를 맞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를 위한 대비로 젊었을 때부터 노후 생애에 발생할 재정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정책 당국이나 금융기관은 노후 재정 준비를 지원할 우대세제 상품, 장기 간병보험상품 등 장수시대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네 번째, 고령자들의 신체적, 인지적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 강조됐습니다.

상품 설명서 문자 크기를 확대하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스템, 예약제 접객 시스템 등 고령자 고객의 금융기관 이용이 편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함을 지적했습니다. 은행 카운터나 ATM 창구를 만들 때도 관절이 불편하거나 지팡이 등의 의료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고령자를 배려해 설계하고,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을 위해 음성, 비디오통신 기술 이용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화로 금융기관의 지점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동식 은행지점, 우체국 등 다른 기관과의 시설 공유, 자택방문 등 대체 서비스 창안을 권고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기관 지점을 폐쇄할 경우 대체 서비스 마련을 전제로 허가해주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섯째, 이노베이션(기술 혁신)을 통해 금융상품의 개발, 소비자 보호, 금융교육 등에서 고령자를 적극 끌어안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도입은 종이거래나 대면 거래에 익숙한 고령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기술혁신으로 극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격 생체인식 등 첨단 본인 확인 기술로 신체장애 고객의 자립 가능성을 높여주고, 계좌 입력도 키보드 대신 음성을 이용하는 등의 금융 포용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혁신적 알고리즘을 탑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잠재적 부정 거래를 사전에 특정지음으로써 범죄예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여섯째로 경제적 학대로부터의 고령자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WHO는 고령자의 경제적 학대를 고령자의 금전 재산 또는 자산의 위법적 사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이스 피싱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기가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경제적 학대가 주로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범죄의 채널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표2 참조)

이에 신속하고 다면적인 접근으로 고령자가 금융학대나 사기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자 경제적 학대와 관련한 데이터 수집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자 금융사기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전용보고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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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취약 계층이 충분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배려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취약계층은 구체적으로 빈곤층, 신체 질환자, 지식이 얕거나 계산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 간병이직자 실업자 등을 지칭했는데, 이 계층은 가령(加齡)으로 인해 불리한 조건이 더해져 금융 및 사회적 배제나 고립 취약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령자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중요한 배려 대상으로 삼았는데, 여성의 평균적 수입이 남성보다 낮고 연금수급액도 남성보다 적은 반면 수명은 남성보다 길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고령의 기업가(起業家)들이 불충분한 저축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해 파산 등 어려움에 빠지는 경향에 대해서도 경계했습니다. 이들에게 사업 융자 등 적절한 금융서비스나 기업가 멘토 프로그램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포용을 위해서는 금융-비금융 섹터 간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금융 문제의 다면성 등을 감안해 금융과 비금융 섹터의 협력 아래 고령의 소비자에 대한 포용적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적 기관, 민간기업, 시민단체 외에 유통, 전기통신, 레저 보건 교육을 포함한 섹터에서도 금융 포용을 위한 일정한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이상이 ‘G20의 고령자 금융포용 정책’의 8 개항입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민간연구소가 ‘고령의 치매 환자들의 보유 금융자산이 2017년 현재 143조 엔에 달하며, 2030년에는 215조 엔(약 2,2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치매 인구의 증가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경고하는 내용이었죠.

금융 분야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화(化)는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을 소외시키고 있고, 갈수록 교묘해지는 금융사기는 인지기능이 약화된 고령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이 같은 사례들은 고령화가 금융 부문까지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금융당국이나 민간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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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김웅철 매경비즈 교육총괄부장,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 출처 : 미래에셋은퇴연구소